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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제도의 문제점과 제언
jae wook LEE  (Homepage)
2017-03-22 16:16:59, 조회 : 618, 추천 : 75

1. 법 개정의 취지와 문제점

신탁법은 1961년에 제정된 후 50년만인 2011년에 처음으로 전면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신탁법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상속의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탁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제도는 크게 법정상속과 유언상속으로 대별된다. 이 중에서 피상속인의 의사가 반영되는 상속제도는 유언상속이다. 그런데 피상속인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사항을 유언장에 담을 수 없다. 법률에 규정된 사항에 대해서만 유언을 할 수 있다는 유언법정주의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법정사항을 제외하고는 설사 유언자가 유언을 남기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유훈(遺訓)에 불과할 뿐 원칙적으로 아무런 법적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자신의 재산이 자신의 뜻대로 처분되고 활용되기를 희망하는 소위 ‘사후설계’에 관한 피상속인의 욕구를 해소시켜주고 상속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 바로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이다. 그런데 이 중 특히 유언대용신탁에 관한 신탁법의 규정은 법률가들조차도 그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유류분과의 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아서 해석상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 유언대용신탁의 의미와 개정필요성

가. 개정신탁법의 규정
개정신탁법은 유언대용신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제59조).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갖는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1.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위탁자의 사망 시에 수익권을 취득하는 신탁
2. 수익자가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는 신탁
② 제1항 제2호의 수익자는 위탁자가 사망할 때까지 수익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위와 같은 규정은 일본의 신신탁법 제90조(“위탁자의 사망시에 수익권을 취득할 수 있는 뜻을 정한 신탁등의 특례”)의 규정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나. 유언신탁과의 차이점
우선 유언대용신탁이 기존의 유언신탁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법문상으로 분명하지 않다.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되기 전에도 유언으로 신탁을 설정할 수 있었는데(개정신탁법 제3조 제1항 제2호), 이것이 유언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과 유언신탁은 신탁의 설정방법과 설정시기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신탁계약으로 신탁을 설정하는 것으로서 위탁자의 생전에 이미 신탁이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고(법무부, 신탁법해설, 2012, 487p), 유언신탁은 위탁자의 유언에 의해 신탁이 설정되는 것으로서 위탁자의 사후에 신탁이 설정되고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다. 즉 유언신탁이 사후신탁이라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신탁(living trust)’이다. 유언신탁은 유언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언의 일반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이 아니기 때문에 유언의 방식을 갖출 필요도 없고 유언법정주의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유언대용신탁이 유언(또는 유언신탁)에 비해 대단히 간편하고 융통성 있는 제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법문상으로는 유언대용신탁이 유언신탁과 다른 생전신탁이라는 점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다. 위탁자 사망 시 수익자가 되는 생전신탁(제1호)
먼저 제1호의 유언대용신탁을 보자. 법문으로는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위탁자의 사망 시에 수익권을 취득하는 신탁”이라고 되어 있다. 신탁설정 당시에는 아직 수익자가 아니라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에 불과하다. 위탁자의 생전에는 수익자가 따로 있고(보통 위탁자 본인이 수익자이다),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는 위탁자의 “사망 시”에 비로소 수익자가 되어 수익권을 취득하는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이를 ‘사후수익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제1호의 규정을 다음과 같이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위탁자가 생전의 수익자 지정과는 별도로 위탁자의 사망 시에 수익자가 될 자를 지정한 신탁”. 이렇게 규정하면 이것이 생전신탁이라는 점, 그리고 생전의 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라. 위탁자 사망 후 수익채권이 발생하는 생전신탁(제2호)
다음으로 제2호의 유언대용신탁을 보자. 법문으로는 “수익자가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는 신탁”이라고 되어 있다. 이는 위탁자의 사망 이후 어느 시점에 수익자가 신탁재산에 관한 급부를 받는 취지의 정함이 있는 신탁으로, 생전신탁이라는 점에서 제1호의 유형과 마찬가지이나, 제2호의 수익자는 신탁설정 당시부터 이미 수익자이며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아니다. 다만 신탁재산에 관한 구체적 급부청구권(구체적 자익권)은 위탁자의 사망 시점 또는 그 이후의 시점에만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수익채권의 구체적인 행사시점은 신탁행위로 정한다. 한편 제2호 신탁의 경우에는 제1호 신탁과 달리 위탁자 생전에 다른 수익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제2호 수익자는 위탁자가 사망하기 전에 이미 수익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수익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개정신탁법은 위탁자가 사망할 때까지는 수익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59조제2항). 생존한 동안 언제든지 수익자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탁자의 권리와 의사를 존중하기 위함이다. 제1호 유언대용신탁의 경우에는 어차피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위탁자 사망 시까지는 수익자가 아니어서 수익권을 취득하지 못하므로 이러한 문제가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
제2호 신탁의 수익자가 제1호 신탁의 사후수익자와 차이가 나게 되는 실질적인 경우는, 제2호 신탁에서 수익채권의 발생을 위탁자의 사망 시점 이후의 일정시점으로 정한 때이다. 예를 들어, 위탁자(유언자)가 자신의 배우자를 수익자로 지정하면서 자신이 사망한 후 3년 내에 재혼을 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신탁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신탁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배우자는 위탁자가 사망한 때부터 수익자로서의 감독권(공익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사망 후 3년 동안은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청구할 수 없다.
필자는 제2호의 규정을 다음과 같이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위탁자가 생전의 수익자를 지정하되 그 수익자로 하여금 위탁자가 사망한 이후에만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도록 하는 신탁”. 이렇게 규정하면 이것이 생전신탁이라는 점, 그리고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3. 유류분과의 관계

유언대용신탁은 실질적으로는 유언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유류분과의 충돌가능성이 문제된다. 그런데 개정신탁법은 이 문제에 관하여 침묵하고 있다. 따라서 과연 유류분과 상관없이 유언자가 마음대로 유언대용신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유언자는 특정한 상속인에게만, 또는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상속재산을 전부 넘겨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녀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배우자의 권리(미국에서 배우자의 권리는 개별재산법제를 취하느냐 공동재산법제를 취하느냐에 따라 주마다 다르다)를 침해하지 않는 한 유언자가 신탁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김상훈, 미국상속법, 세창출판사, 2012, 76p 및 94p). 그러나 우리 입법자가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류분제도를 도입한 이상, 사실상 유언의 효과를 얻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유류분제도를 잠탈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유류분을 침해하는 한도 내에서는 신탁의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유류분을 침해하는 유언대용신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때, 그 다음으로 생기는 문제가 유류분반환청구의 상대방을 수탁자로 해야 할 것인지 수익자로 해야 할 것인지 여부이다. 민법은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가 유류분반환의 상대방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제1115조 제2항), 신탁재산의 경우에는 법률상 소유자(수탁자)와 이익의 향유자(수익자)가 분리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유류분의 반환방법에 관하여는 원물반환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유류분권자는 신탁재산 그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 신탁재산의 법률상 소유자인 수탁자를 반환청구의 상대방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신탁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유류분권자와 수탁자 간의 공유관계가 성립할 것이다. 그러나 수탁자가 이미 신탁재산을 수익자를 위해 사용하는 등으로 인해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수익자를 상대로 가액반환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경우까지 수탁자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반환청구의 순서(제1116조)와 관련하여 유언대용신탁을 증여와 유증 중 어느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신탁이라는 점에서 이를 증여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따라서 유증을 반환받은 후에 신탁재산으로부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4. 세법상의 문제

유언대용신탁은 세법과의 관계에서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유언대용신탁의 경우에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부과한다면 수탁자와 수익자 중 누구에게 부과해야 하는지, 수익자가 위탁자 사망 시에 아직 수익채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제2호)에는 상속세납부시기가 언제인지, 이 때 과세가액 평가의 기준시점은 언제인지, 수입수익(income)과 원본수익(principal)의 취득시기가 다른 경우에는 어떻게 과세를 할 것인지 등 수많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유류분 문제와 더불어 이러한 세법상 문제들에 대하여도 입법적 해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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